여성주간행사는 1995년 12월 “사회 모든 분야의 남녀 평등을 촉진하고 여성참여 확대와 여성의 복지증진을 위해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에 따라 만들어졌다. 1996년부터 시행된 여성주간은 매년 7월 1일부터 7일까지로 각 지자체별로 예산을 편성, △기념행사 △연구발표행사 △유공자 및 유공단체에 대한 표창 등 다양한 행사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올해 부천시 여성주간행사는 행사 본래 취지나 의미를 살린 프로그램이 거의 없는, 불과 여섯가지 행사를 4일간 개최해 관 주도의 요식행위로 흘렀다는 여성계의 지적이다.
먼저 매년 반복돼온 것이지만 여성행사임에도 모든 행사의 기획단계에서 개최까지 여성단체나 여성계 인사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이 아니라 시 담당과에서 주관해 여성 자신들이 중심이 되고 진행되어야 할 행사에 정작 자신들은 참관자일 뿐이다. 부천시 여성단체 가운데 대표적인 관변단체로 조직된 여성단체협의회 조차 참가하는데 의의를 둔 것인지, 각 단체별로 요청받은 인원을 동원, 행사 내내 박수부대가 된다.
올해 행사는 그 정도가 더욱 심한 것으로 보인다. 여성주간 행사 취지에 맞는 프로그램은 단 두가지 정도에 불과하다. 담당자가 밝힌대로 복사골기예경진대회는 매년 4~5월에 열리는 행사로 올해는 선거기간과 맞물려 여성주간에 끼어넣은 것으로 성격이 약간 다르다. 되살림 공모전 역시 여성발전기금을 지원받은 것으로 애초 여성주간 행사로 기획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 행사 주최측의 설명이다.
행사내용을 보면 ‘행복한 부자되기’ 강연을 뺀 기예경진대회나 다례(茶禮) 시연회 등 대부분 전통적인 사회에서 여성의 덕목으로 강조되던 것으로 “지적이고 정서적으로 품위있는 여성상”도 필요하지만 다변하는 사회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양성평등이 강조되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또하나 여성가족부에서는 매년 여성주간의 슬로건을 설정, 의미 실현에 중점을 둬왔다. 올해 여성가족부에서 정한 슬로건은 ‘여성에게 도약을! 가족에게 희망을!’ 이었다. 여성가족부 출범 1주년을 기념하고 건강한 가족문화를 확립하지는 취지가 담겨 있다.
그런데 부천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슬로건도 ‘화(火)·화(和)·화(花)’이다. 물론 꼭 여성가족부의 것을 따르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천시 여성정책 방향이나 이념을 잘 나타낸 것이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더더욱 이 슬로건이 과연 여성주간의 의미를 상징하는 것일까 자문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가장 성대하게 치러지는 행사는 역시 기념식이다. 그 중에서도 전체 여성주간 행사예산 3천1백여만원 가운데 거의 대부분이 기념식에 이은 기념공연에 소요된다. 지역 방송사에 위탁해 진행되는 공연은 약간 ‘흘러간’ 가수를 초빙, 이들의 노래를 듣거나 함께 부르는 여흥 시간이다. 살림하느라 지치고, 봉사활동에 힘들어 하는 여성들에게 1년에 한번 이런 공연은 잠시 피곤한 심신을 쉬는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화도시' 부천에는 토·일요일 상설공연을 비롯해 청소년축제 및 곧있을 영화제 등 굵직한 문화프로그램이 쉴새 없이 개최되고 있다. 굳이 그 많은 예산을 들여 여성문화제 프로그램으로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그 보다는 차라리 부천 관내 여성단체 뿐 아니라 활동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 네트워크를 조직하고, 여성자원을 견인해내는 한마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부천시 여성주간 행사는 또 말그대로 직장여성이나 장애여성, 노인여성 등 소외되는 여성이 없이 모든 여성이 참여해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어야 하며, 여성의 지위와 권익을 높이고 복지를 향상 시킬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관과 민이 함께 만들어가는 행사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각 프로그램은 단체별로 공모를 통해 선정한다면 적어도 참석자를 동원해야 하는 일은 사라지지 않을까?
덧붙여 여성주간이라고 하여 여성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을 교정하고 화합할 수 있도록 함께 참여하는 행사가 되었으면 한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내용이 풍부한, 부천 여성들이 만들고, 부천 여성들이 참여하는, 부천 여성들을 위한 부천여성주간 행사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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