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탐구

"행동하는 의원, 공부하는 의원 될 터"

부천시민신문 2006. 8. 14. 17:11

[인터뷰] 제주 초대 강무중 교육의원

 

의정활동에 강한 의욕을 내비친 강무중 의원.

 

2006년 7월 1일부터 제주도는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에따라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고도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제주특별자치도로 본격 출범했다.

지방분권 모델을 구현하는 제주특별자치도는 중앙정부로부터 1천여 건의 중앙권한을 이양받게 되며, 전국 지자체 최초로 자치경찰과 교육자치, 주민소환제 등 새로운 제도가 도입된다.

특히 첫 교육자치 실험무대가 될 교육의원 선거가 지난 5.31 전국동시 지자체 선거와 함께  치러져 주민들의 직접 투표로 5명의 교육의원이 탄생했다. 그러나 그 의미에도 불구하고 아쉽게도 전국동시 지자체 선거에 묻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전국 최초로 실시된 교육의원 선거는 주민직선제로 선출과정은 도의원 선거와 똑같다. 임기는 4년, 유급제이다. 그래서 ‘교육위원’이 아니라 ‘교육의원’이다. 대의기구인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뽑는 교육위원보다 주민의 대표성이 크다.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2년 후 교육감도 주민 직선으로 선출한다.

그러나 교육의원은 광역·기초의원과 달리 정당공천이 배제된다. 후보자등록일로부터 과거 2년 동안 정당원이 아니었던 사람만이 후보가 될 수 있다. 또한 교육의원은 교육 경력이나 교육 행정 경력이 10년 이상, 적어도 두 경력을 합해 10년 이상은 돼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출마할 수 있는 다른 의원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전문성이 없으면 아예 꿈도 꿀 수 없다.

원내에서는 특별상임위원회로 교육위원회만 속할 수 있고 의장 경선 등에는 나설 수 없다. 의장은 상임위에 배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5명의 교육의원들은 모두 쟁쟁한 교육경력을 지닌 전문가 그룹으로 앞으로의 의정활동이 기대된다.

5명의 의원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사람은 강무중 교육의원이다. 그는 낙도의 초등교사로 임용된 이래 교감·교장·장학사를 거쳐 제주도 교육청 교원지원과장까지 42년여의 시간을 오직 초등교육에 헌신해 왔다. 이번 당선자 중 유일한 초등교육가 출신이기도 하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자치 실험이 머지 않아 전국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6월 20일 2만748표(30.7%)를 얻어 지역구 1위로 당선된 강무중 초대 교육의원을 제주도에서 만나 이번 선거의 의미와 앞으로의 의정활동에 대한 얘기를 나눠보았다. <편집자주>


◆출마이유는?

-우선 직선이라는 데 부담감을 많이 느꼈다. 42년이라는 시간을 교육 현장에만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지역(선거구) 주민들과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고, 당연히 인지도가 형편없이 낮아 출마를 망설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 지역 출마자들이 모두 전문교육기관 또는 교육위원장 출신으로 초·중등 교육경력자가 없어 주위의 강력한 권고와 열흘 가까이 심시숙고한 끝에 출마를 결심하게 되었다. 대학 교육은 아무래도 전문교육(고등교육)에 속하기 때문에 초·중·고등교육과 같은 보통교육과는 차이가 있고 때문에 이 분야에 종사해온 사람이 더 적절하겠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이다. 즉, 보통교육은 보통교육 담당자에게 맡겨야 한다. 초·중·고교의 교육을 대학 교수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당선소감은?

-나를 선택해준 주민들께 먼저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대단히 기쁜 일이지만 당선되고 보니 기쁨보다는 앞으로 4년간 의정활동에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을 느낀다. 주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열심히 일할 생각이다. 특히 교육자로서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겠다.

 

◆도교육청 교육과장직까지 사직하고 출마했는데?

-앞에서도 밝혔지만 후보자 가운데 초·중등교육 경력자가 있었다면 출마하지 않았을 것이다. 정년퇴임도 얼마 남지 않았고 더욱이 한번도 이런 일을 겪지 않은 사람이 선거에 나선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초·중등교육을 전문교육(대학교수) 담당자들에게 맡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 출마를 결심했다. 주위에서는 내가 나가야 한다고 권유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로 왜 출마하려고 하느냐며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유권자들이 지지해준 이유라면?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교대 1회 졸업생이고, 초등학교 평교사로 시작해 교감·교장·장학사 등에 이르기까지 초등교육 현장을 42년여간 두루 누빈 현장교육 전문가라는 점이 인정을 받은 것 같다. 특히 대학교수들에게 보통교육을 맡길 수 없다는 나의 주장에 유권자들이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공약은?

-제주시 지역의 교육현안을 중심으로 ▲신제주권 중등학교 신설 ▲도평분교장·해안분교장의  본교 승격 시기 단축 ▲과밀학급·과대학교 해소방안 추진 및 시설 확충 ▲청소년 문화체험센터·영재육성센터 설립 추진 및 유치 ▲동네마다 작은 도서관 건립 기반 조성 ▲통학편의를 위한 연북로구간 시내버스 노선 신설 ▲제주시 서부지역 영어마을 유치 등 7가지 과제를 비롯해 ‘글로벌 제주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공약으로 ▲창의적이고 경쟁력 있는 인재 육성 ▲선생님들이 긍지와 보람을 갖는 일터 조성 ▲제주도민이 감동하는 교육자치 실현 ▲학교 현장교육 여건 개선 ▲국제자유도시 교육 인프라 구축 등을 제안했다.

 

◆선거운동 기간 동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처음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출사표를 던졌을 때 인지도 조사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언제 주민들과 접촉할 기회가 있었나? 아는 사람이라야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과 제자와 학부모들인데 한 지역에서만 근무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내 선거구에 산다는 보장도 없고…. 당연히 동원할 조직도 없고, 기껏 할 수 있는 일이 명함 돌리기인데 이것도 후보 본인과 배우자만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살아온 이력을 빽빽이 채운 명함을 만들어 매일 새벽 5시부터 밤 12시까지 유권자들을 직접 찾아 나섰다. 시장·경로당·학원·사무실 등 가리지 않고 방문해 명함을 전하고 왜 자신이 출마했는지를 설명했다. 15만 장 가까이 명함을 뿌렸으니 수치상으로는 유권자들이 거의 1장씩 받았다고 보여진다.

그런데 정치인도 아닌 교육자가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불편한 점이 많았다. 대부분 정치인들이나 선거 출마자들은 평소에는 안그러다가 선거철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90도 각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면서 표를 부탁하는데, 교육자는 늘 훈육을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특히 나이어린 유권자나 제자들에게 머리를 숙여 표를 구하는 것이 선생으로서 바람직한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유권자들은 ‘건방지다’거나  ‘거만하다’고 평하기 때문에 처신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어치피 교육의원은 정치색이 없는 만큼 교원으로서의 품위를 지켜낼 수 있는 선거제도가 필요하다고 본다. 또 이번 선거가 전국동시지방선거로 치러지다보니 최초의 교육자치 실현을 위한 선거였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한 점이다. 특히 교육의원은 정당 추천을 받지 않는 관계로 정당별로 기호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름을 가나다 순으로 해서 기호가 정해졌는데 이를 이해하지 못한 많은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다행히 나는 강씨라 기호도 1번이 돼 당선됐지만 아마 그렇지 않았다면 탈락했을 수도 있다.(웃음) 이번 선거에서는 특히 기호가 중요했다. 또하나 선거구역이 너무 넓다는 것이다. 선거구당 유권자 수가 지역구 29명을 뽑는 도의원 선거보다 훨씬 많아 3명을 선출하는 국회의원 선거구와 엇비슷해 선거운동 뿐 아니라 선거비용 등 어려움이 많았다.  

 

◆최초의 교육자치에 대한 실험무대라 보여지는데 기존 교육위원과 비교한다면?

-7월 1일자로 제주도가 제주특별자치도로 출범하면서 외교와 국방을 제외한 많은 부분의 업무가 이양된다. 말그대로 현재 지자체가 행정에 치중한 불완전한 것이라면 특별자치도로 변신하는 제주도는 중앙집권제에서 벗어나 일부 제약은 있지만 온전한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이에따라 교육자치도 실현되는 것이다.

기존의 교육위원은 학교운영위원 중심으로 선출되는 간접선거로 교육위원회에서 심의 의결된 안건이 다시 도의회에서 심의 의결되는 이중구조였다. 때문에 전문 교육위원들이 심의한 안건이 교육 비전문가인 도의원들에 의해 재심의돼 부결되는 등 비능률적이고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교육위원회는 직선으로 선출된 교육의원 5명과 도의원 4명으로 구성되며, 여기서 심의 의결된 안건은 본회의를 통과한 것으로 간주돼 보다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의정활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단, 교육의원은 도의원들과 달리 상임위원회 배분에 있어 교육위원회로 한정되며, 도의장은 상임위에 속할 수 없기 때문에 경선에 나설 수 없다.     

 

◆의정활동에 대한 계획과 다짐은?

-교육자치 실현에 따른 직선제에 의해 선출된 초대 교육의원이라는 점에 특히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16만 6천여명에 이르는 유권자들에 의해 선택되었다는 것, 성실하게 의정활동을 하지 않으면 제주도의 교육자치 실현에 커다란 오점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낀다. 조례제정이나 법안 심사에 오류가 없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 행동하는 의원상을 보여주겠다.

 

◆교장공모제에 대한 의견은?

-무자격자 임용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실험학교를 통한 연구결과에따라 점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본다. 특히 학교경영의 자율권이 보장돼 있지 않은 현실에서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며, 경제논리만 강조되는 것은 위험하다. 교장은 오랫동안 교육현장에서 단련되고 일정한 연찬을 통해 육성되는 만큼 글이나 수치로 측정할 수 없는 ‘노하우(know how)’를 갖고 있다. 따라서 표면적인 교육관 뿐 아니라 잠재적인 교육관이 중요하며, 논리적이고 이론적인 부분에 치중해서 경영논리가 강조된 교장공모제 도입은 부적절하다.

 

◆교원평가제에 대한 견해는?

-공무원을 비롯한 우리 사회 모든 부분에서 직무평가(근무평가)가 시행되고 있는만큼 교원도 예외일 수 없다. 평가를 통해 부족한 부분은 보충하고 개선해 나간다면 교원 자신의 발전과 더불어 학생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단, 교원평가가 순위 매기기나 신분 등에 영향을 미쳐선 안된다. 이러한 면에서 ‘평가’라는 용어보다는 ‘진단’이나 ‘점검’ 등 의미를 살리는 단어로 바뀌어야 한다.

 

◆교육계에 봉직하며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많은 분들이 그렇겠지만 제자들이 기억해주고 찾아올 때 가장 뿌듯하다. 이번 선거에서도 어떻게 알았는지 출마소식을 들은 많은 제자들이 찾아와 격려해 주었다. 2년 전, 초임교사 시절 가르쳐 얼굴도 기억이 안나는 한 제자가 제주도 경찰청 고위 공무원이 돼 찾아온 적이 있다. 담임이 끝나 헤여진 뒤로 실로 40여년 만의 만남이었다. 당시는 제 나이 때 학교를 가지 않는 경우가 많아 제자는 나와 나이차가 불과 4~5년 밖에 나지 않아 스승과 제자가 같이 늙어간다는 말이 실감났다. 정복을 입고 깎듯이 스승에 대한 예를 갖추는 제자를 보며 새삼 교사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

 

◆교육의원 선거에 입후보할 계획이 있는 교육자에게 조언한다면?

-교육의원은 10년 이상의 교육경력을 요하는 전문의원으로 정당 공천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정치인을 뽑는 선거와는 다르다. 따라서 출마계획을 갖고 있는 교원이라면 학교 교육에만 매달리지 말고 지역주민과 함께 하는 마을행사 등에도 적극 참여해 학교에 대한 홍보와 더불어 학교가 지역사회의 구심점이 되도록 개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대부분 학교에서 언론보도에 신경을 안쓰는데 이제는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 지역사회에 학교를 많이 홍보하면 자연히 학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관심이 높아질 것이고 이는 학교의 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다. 학교의 성장은 또한 교장선생님의 성장이라고도 생각된다.

또 적어도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주민속에서 주민들과 함께 어울리는 스타일로 자신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 학교 담장은 무너진지 오래이다. 더 이상 자신만의 울타리속에 갇혀 있어서도, 자신만의 스타일을 고수해서도 안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속에서 학교도 지역사회의 욕구, 주민들의 욕구, 학생들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하고 여기에 대처하지 않으면 안되다. 따라서 늘 자신을 변화 발전시키는데 인색하다면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하나 당부하고 싶은 것은 개인적으로 조금이라도 흠결이 있는 사람은 아예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다. 유권자들은 아주 현명하다. 교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높은 도덕성과 올바른 인성을 요구한다. 이러한 평가는 본인 뿐아니라 모든 가족, 그리고 적어도 3대에 걸쳐 이루어지는 만큼 먼저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조금이라도 투명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아예 출마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은?

-4년간의 의정활동이 교육계에서의 마지막 봉사의 기회라 생각한다. 처음이자 마지막 의정활동인 만큼 온 정성을 불사르고 역량있는 후배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 은퇴 후에는 그동안 손대지 못한 집필활동과 취미생활을 할 생각이다.  


[프로필]

1944. 7. 30. 제주도에서 출생

제주교육대·한국방통대 졸업

1964. 3.~1985. 10. 전남 진도 상도초교, 제주 서초교 등에서 21년 9개월간 근무

1985. 10.~1997. 8. 제주 외도초교·제주도 교육청·서귀포시 교육청 등에서 교감 및 장학사

1997. 9.~2005. 2. 신제주초교 등 4개교 교장

2005. 3.~2006. 3. 제주도 교육청 교원지원과장

제주도초등교장협의회장·부회장(전)

교장·교감·교사자격연수 강사(전)

한국교원대 전국초등교장 자격연수 강사(전)

제주교대 교육실습생 지도

교육부장관·교육감 표창·제주대 및 부산교대 총장 표창·청소년태극훈장(한국청소년연맹) 수상

 

*이 기사는 한국초등교장협의회에서 발행하는 <초등교육> 여름호(통권 29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