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진·김성태 등 절반 이상 친일인명사전에 오른 음악가들
▲ 친일 음악가 일색의 신춘 음악회 포스터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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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0주년·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맞아 국가적으로 독립운동에 대한 재조명과 기념행사가 각지에서 열리고 있는 가운데 부천시에서는 시대에 역행하는 친일음악가들의 연주회를 마련해 말썽을 빚고 있다.
부천시에서 운영하는 부천시립합창단(단장 송유면 부시장)은 15일 오후 7시 30분 ‘부천시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 신춘 음악회 ‘한국 가곡 봄을 노래하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주최 측이 “우리나라의 고풍스러운 정서가 가득한 시에 아름다운 음률을 담은 주옥같은 한국 가곡을 연주한다”며, “한국 가곡의 정취를 느끼면서 3월의 만연한 봄의 향기를 마시는 감동의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힌 이 공연은 조익현 상임지휘자가 지휘봉을 잡으며, 영혼을 울리는 목소리 김영미 협연으로 부천시립합창단과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다.
그러나 ‘감동의 시간’이 될 이번 음악회는 친일 문인 김동환의 시에 김동진이 곡을 붙인 <봄이 오면>, 이은상 시·홍난파 작곡의 <봄 처녀> 등 친일 예술인의 작품 일색으로 채워져 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친일 음악가로 꼽히는 김동진 작곡의 <봄이 오면> <가고파> <수선화> <목련화>를 비롯해 홍난파의 <봄 처녀>, 김성태 작곡 <산유화> 등 친일 음악이 절반을 넘는 11곡이며, 공연에 등장하는 친일 예술인만 김동진·김동환·김성태·이은상·이흥렬·조두남·현제명·홍난파 등 8명이다.
김동진은 1939년 만주의 신경교향악단에 입단해 제1바이올린 연주자 겸 작곡가로 활동했다. 이때 만주작곡가협회에 가입하고, 1943년 1월, 일제가 세운 만주국의 건국 10주년 경축 악곡 발표회에서 경곡 <양산가>와 <건국 10주년 찬가> 등 일제를 찬양하는 노래를 직접 작곡하고 지휘하여 발표하였다.
<양산가>는 일본의 대동아전쟁 공영건설을 찬양하는 내용의 곡이다. 김동진은 이 공로로 만주국 문교부대신이 주는 상을 받았다. 또 이런 친일 공로로 지난 2008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수록되었다.
김성태 역시 조선친일음악가들의 어용 조직인 ‘조선음악협회’를 비롯해 국민음악 보급 정신대로 봉사하고 실천하는 정예부대였던 ‘경성후생실내악단’ 등에서 활동하며, 창씨개명과 황국신민화 작업에 앞장섰다.
조두남은 1943년 3월 만주국 『예문지도요강』의 취지에 따라 일본 중심의 국민음악 창조를 목적으로 조직된 ‘만주작곡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1943년부터 징병제를 찬양하고 ‘낙토만주’와 ‘오족협화’로서 대동아공영권을 건설하자는 내용의 군가풍 국민가요를 작사·작곡해 보급했다.
이번 공연에 대해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 박종선 지부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일제의 식민지배와 억압 그리고 수탈에 맞서 싸운 선열들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고 본받자는 기념행사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는데, 부천을 대표하는 시립합창단과 특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민족사에 오명을 남긴 친일 인사들의 음악을 공연한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매우 부끄럽다. 더욱이 이번 공연이 유네스코 문학창의도시 선정 기념공연이라니…음악인들은 제국주의 폭압도, 인권 말살도 상관없이 오로지 예술로만 평가되면 된다는 것인가?”라며 분개했다.
민족문제연구소 부천지부는 지난해부터 문제를 제기하여 상동 ‘시와 꽃이 있는 거리’에 조성되었던 서정주·노천명·주요한 등 친일파 시비 4개를 철거하였으며, 3월 24일에는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부천의 3.1운동인 ‘계남면사무소 습격 의거’와 ‘소사리독립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부천시민이라고 밝힌 K모(39, 여) 씨는 “문화예술의 도시 부천에 산다는 자부심이 큰데, 공연 포스터를 보면서 부천의 음악인이나 공무원이 이렇게 시대정신도, 우리나라 역사도 모른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베를린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나치에 부역한 예술가의 곡을 연주한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100년 전, 목숨을 건 독립운동가들과 이름도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분연히 일어나 일제에 항거했던 그 3월에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이런 친일음악가들의 작품을 공연한다는 사실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부천시립예술단의 단장을 맡고 있는 송유면 부천부시장은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공연에서는 서울신학대학교 이문승 교수가 부천시립합창단의 위촉을 받아 작곡한 <봄나븨(정지용 시)>, 복사골문학회 이천명 시인의 <원미산 진달래> 등 의미 있는 창작곡이 발표될 예정이나 친일 음악가 일색의 공연으로 빛을 바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 부천시립합창단 '신춘 음악회' 프로그램 © 부천시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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