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활동

[태국 메솟의 버마 난민촌 방문기]

부천시민신문 2006. 7. 31. 13:52
 

에이즈 환자촌의 산카홍사르와 블루 스카이             

유치원 통학버스


산카홍사르 학교는 에이즈 환자들이 머물고 있는 곳에서 얼마 안떨어진 지역에 위치하고 있었다.

크진 않지만 교사(校舍) 1동과 부대 건물이 한 울타리 안에 자리잡고 있는 산카홍 사르는  다른 난민학교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버마에서 이주해온 난민들의 자녀나 고아들이 대부분이었다. 2000년 9월 개교한 이 학교는 주로 몬족의 자녀들이 입학했다. 학생수는 모두 79명이었고 초등과정을 비롯해 중등과정까지 교육한다. BMWEC 학교의 후원을 받고 있으며, 몬족어, 영어, 버마어, 수학, 과학, 태국어 등을 주로 가르친다.

교사는 5명, 교장은 띠단모(Thidan Moe) 씨가 맡고 있다. 역시 토요일이라 수업은 없었고 학교에 대한 현황소개와 더불어 방문단에서 후원물품을 전달했다.


인간의 생존 한계 보여준 쓰레기 촌

쓰레기장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

쓰레기 학교 전경

교실에서 어린이들과 기념최영을 한 방문단(두번째줄 왼쪽 두번째가 탓나잉 교장)

 


일명 ‘쓰레기 학교’로 불리는 ‘블루 스카이 스쿨(Blue sky school)’은 메솟시내에서 꽤 떨어진 지역에 있었다. 1990년대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였던 서울 상암동의 난지도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쓰레기장 넓이만 약 500㎡에 이르렀다. 1만여평에 달하는 주변지역에는 숲과 농경지가 형성돼 있었다.

블루 스카이 학교는 올해 5월 30일 탓나잉(That Naing) 교장이 개교했다. 현재 학생수는 56명이고 교사는 남자 2명, 여자 1명으로 모두 3명이다. 주로 버마어를 비롯해 영어, 수학, 자연과학 등을 가르친다.

교장을 맡고 있는 탓나잉 씨는 민주화운동을 하다 구속돼 10년 넘게 복역한 후 2년 전 석방돼 이곳에 와서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이곳에 거주하는 인원은 약 200명으로 이중 120여명이 어린이였다. 쓰레기장과 200여 m 떨어진 앞쪽에 학교라고 하기엔 너무나 초라한, 얼기설기 대나무를 엮어 만든 20여평의 건물이 ‘쓰레기 학교’였다. 공간은 나무 판자로 가운데를 막아 두칸의 교실로 구성돼 있었고 책상과 걸상 역시 다른 곳에서 보았던과 같이 긴 나무판으로 여럿이 앉을 수 있도록 돼 있었다.     


이곳에서 거주하는 주민은 대부분 카렌족으로 이들의 마을이 KNU(Karen National Union) 소속의 KNLA(Karen National Liberated Army)와 연관되어 있다는 이유로 버마 정규군의 습격을 받고 마을이 불타자 살 곳을 잃고 태국으로 망명한 사람들이다. 거의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농부들이기 때문에 쓰레기장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쓰레기더미 뒤쪽에 캠프를 형성하고 경찰을 피해 살고 있다. 심한 악취 때문인지 이곳으로 돈을 뜯어내러 오는 태국 경찰들이 드물어 그나마 다행이다.

쓰레기촌에 사는 주민들과 어린이들

 

 

쓰레기차

새로 도착한 쓰레기를 뒤지는 주민들

 


그러나 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은 마치 얼마나 악조건에서도 인간은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한계상황을 시험하듯 대단히 열악하고 불결하였다. 어린이들은 어른들과 함께 쓰레기장을 뒤지며 쓸만한 물건을 찾고 있었지만 돈이 될만한 것은 별로 없어 보였다. 분리수거가 안돼 음식물과 함께 뒤범벅이 된 쓰레기는 이미 부패돼 심한 악취를 풍겼고, 수천, 수만 마리의 파리가 윙윙거리며 무섭게 달려들어 공포감이 엄습해올 정도였다. 더구나 주변은 젖은 쓰레기 국물과 비로 인해 땅바닥이 심하게 질퍽거려 진흙탕에 빠지지 않고는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1대의 쓰레기차가 몇 부대의 쓰레기를 싣고 나타났다. 그러자 어디서 모여들었는지 20여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새로 온 쓰레기를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빙 둘러싼 채 뒤지기 시작했다.

 

식수로 쓰는 우물

쓰레기장을 뒤지는 어린이

 

 

 


반대편으로 넘어가자 앞쪽에서는 보이지 않던 주거공간과 쓰레기를 뒤지는 어린이들이 많이 보였다. 이들은 특히 쓰레기 장 바로 옆에 있는 우물물을 식수를 비롯한 모든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우물은 이미 흙속으로 스며든 쓰레기 국물로 오염돼 육안으로 색깔만 봐도 정상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물에서도 심한 악취가 났다. 이 물을 먹고 산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환경에 노출돼 있는 탓에 어린이들을 비롯해 어른들도 피부병, 눈병, 설사 등 질병에 시달리고 있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질병이 끊이질 않지만 메타오 클리닉까지 가는 차비가 없어 그냥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메타오 클리닉에서 현지조사를 하고 갔지만 주변을 소독하거나 식수공급에 대한 어떠한 계획도 없다고 했다. 또한 메타오 클리닉에서 학교에 물을 공급하는 파이프 라인 설치를 계획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이루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주변 지역 학교에 대한 교육지원도 중요하지만 이 지역의 식수공급과 방역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시급하고, 개선이 절실하다고 여겨졌다.


방문단은 쓰레기 국물에 빠져 악취가 심하게 나는 신발과 발을 학교 부근에 있는 우물가에서 대충 닦았다. 탓나잉 교장이 쓰레기 진흙에 뒤범벅 된 몇 사람의 신발을 손수 닦아주거나 물을 길어 발에 부어주며 씻는 것을 도와주었다. 


그러나 냄새까지 씻어낸 것은 아니었다. 차에 오르자 예상치 못했던 심한 악취에 밖에는 비가 오고 있었지만 우리는 창문을 열고 갈 수밖에 없었다. 이날 오후 방콕으로 가기 위해 렌트카를 바꿔탔지만 냄새는 끊임 없이 일행을 괴롭혔다. 에어컨이 고장나 정비소에서 고치는 동안 김범용 단장은 냄새를 없애야 한다며 쓰레기 학교에서 대충 씻고 나온 일행의 신발을 손수 씻어다 주는 수고를 해야 했다.

하지만 고약한 냄새가 아주 없어지진 않았다. 정말 오래 갔다. 이날 밤 비행기를 탔던 기자는 혹시 냄새 때문에 탑승을 거절 당하면 어쩌나 하는 약간의 걱정까지 했지만 다행히 기내에는 너무나 강한 냉방 때문에 옆사람에게조차 피해를 주진 않았다.   

지금도 그 때 신었던 신발에선 쓰레기 냄새가 나는 것 같다.